
빨간구두
춤을 춰볼까, 춤을 춰볼까?
세상에 홀로인 어린 소녀는
무대 위 춤을 추지만
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
그릇 된 욕망에 서서히 잠겨
팔을 펴면 닿는 그 거리에서
시기심이 밀어낸 웃음
조금씩 소녀를 삼켜오는
새까만 마음이 나를 불러내네
「아, 아름다워 아, 나에게도
당신처럼 멋진 춤을 추는 법을
알려주어요 제발」
「오, 아가씨.
이 구두를 신어보고서
당신의 욕망을 펼쳐내는 게
어떠겠어요?」
두 손에 쥐어진 새빨간 구두로
달려간 광장 속 모인 사람들 틈
그곳의 주연은 네가 아닌 나야
시선을 내게로 돌리겠어
빨간 구두는 소녀의 발끝에서 점차
사람들을 현혹하고 붉게 퍼져나가
이제 그만 무대 인사로 마무리 하자
왜지? 어째서야? 두 발이 멈추질 않아-!
말라가는 관심 속에 서서히
피어나는 고통, 고독...
끝없이 허우적 대는 나락 속
눈이 마주친 그 광대
눈동자에 비친 모습
「아- 제발 나를...
아- 멈춰 줘요
아- 다릴 전부
잘라내도 좋으니 제발 나를 멈춰줘요!」
「오, 아가씨 그 구두와 너의 탐욕은
너무나도 잘 어울려
영원히, 그렇게 영원히...
따라라, 끝없이 춤추는 소녀여...」
춤을 춰 볼까?
(그렇게 조금씩 천천히...)
춤을 춰 볼까?
(영원히 영원히 영원히...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