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986년 12월 4일 큰 아들을 업고 친정으로 향했다 무슨 업보인지 가난은 한꺼번에 우리 식굴 뒤덮어 오랜만에 보는 오빠는 왜 왔냐 구박하기 바빠 싸늘한 눈빛 허나 오늘은 기필고 돈을 빌려야 해 말하기 창피하지만 구질구질한 사연 또 흘려야 했지 일 잘하던 남편이 사고 난 후 마음 편히 지낸 날이 단 하루도 없었어요 그 이가 몸 져 누운 지 몇 달째 십원짜리 동전도 쓰지 못한 채 안 쓰고 아끼고 아껴도 인생은 도대체가 숨 쉬는 것조차 돈 드는 일이네요 보증금 다 깎이고 두 칸에서 한 칸 옥탑에서 지하방 오빠 나 딱히 이곳 아니면 올 데가 시끄럽다 나가라 큰 소리에 놀란 나는 말문이 꽉 막히고 잘 자던 성훈이가 깨 서럽게 울었지 수치심과 분노로 난 입술을 깨물었지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왔지만 내일은 어떻하나 끝없는 내리막 창 밖엔 진눈깨비 모질게 내린다 나 없던 시절 일기장 철없던 시절 난 도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빛 바랜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한없이 아름답던 둘째를 낳고 두 놈과 알콩달콩 때론 고달파 마음이 앓고 닳고 아이코 가벼웠던 내 새끼가 어느새 킹콩 엄마라는 책임감을 아로새기고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네 늘 미안해 아무것도 못해준 게 아들아 그래도 난 너 때문에 산다 막내야 까꿍 되려 내가 웃어 본단다 2010년 5월 7일 친한 친구와 등산을 다녀왔다 지나치고만 살았던 내 개인적인 시간 가파른 언덕이 험난하고 높긴 했지만 결국 정상에 섰다 문득 무척이나 듣고 싶은 아들목소리 바쁠까 봐 전화는 못 하는데 아들한테 전화가 막 걸려 오는거라 이상하게 찡해져서 눈물이 나데 이놈 다섯 살 때 우유 배달일 나가려고 하면 어디 멀리 가는 줄 알고 울며 매달리던 울보였는데 어버이날 선물로 rap을 한단다 내려오지 못해서 죄송하단다 달짝지근한 그 말 아직 귀에 맴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나 없던 시절 일기장 철없던 시절 난 도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빛 바랜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한없이 아름답던 사랑합니다 우리 엄마
1986년 12월 4일 큰 아들을 업고 친정으로 향했다 무슨 업보인지 가난은 한꺼번에 우리 식굴 뒤덮어 오랜만에 보는 오빠는 왜 왔냐 구박하기 바빠 싸늘한 눈빛 허나 오늘은 기필고 돈을 빌려야 해 말하기 창피하지만 구질구질한 사연 또 흘려야 했지 일 잘하던 남편이 사고 난 후 마음 편히 지낸 날이 단 하루도 없었어요 그 이가 몸 져 누운 지 몇 달째 십원짜리 동전도 쓰지 못한 채 안 쓰고 아끼고 아껴도 인생은 도대체가 숨 쉬는 것조차 돈 드는 일이네요 보증금 다 깎이고 두 칸에서 한 칸 옥탑에서 지하방 오빠 나 딱히 이곳 아니면 올 데가 시끄럽다 나가라 큰 소리에 놀란 나는 말문이 꽉 막히고 잘 자던 성훈이가 깨 서럽게 울었지 수치심과 분노로 난 입술을 깨물었지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왔지만 내일은 어떻하나 끝없는 내리막 창 밖엔 진눈깨비 모질게 내린다 나 없던 시절 일기장 철없던 시절 난 도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빛 바랜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한없이 아름답던 둘째를 낳고 두 놈과 알콩달콩 때론 고달파 마음이 앓고 닳고 아이코 가벼웠던 내 새끼가 어느새 킹콩 엄마라는 책임감을 아로새기고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네 늘 미안해 아무것도 못해준 게 아들아 그래도 난 너 때문에 산다 막내야 까꿍 되려 내가 웃어 본단다 2010년 5월 7일 친한 친구와 등산을 다녀왔다 지나치고만 살았던 내 개인적인 시간 가파른 언덕이 험난하고 높긴 했지만 결국 정상에 섰다 문득 무척이나 듣고 싶은 아들목소리 바쁠까 봐 전화는 못 하는데 아들한테 전화가 막 걸려 오는거라 이상하게 찡해져서 눈물이 나데 이놈 다섯 살 때 우유 배달일 나가려고 하면 어디 멀리 가는 줄 알고 울며 매달리던 울보였는데 어버이날 선물로 rap을 한단다 내려오지 못해서 죄송하단다 달짝지근한 그 말 아직 귀에 맴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나 없던 시절 일기장 철없던 시절 난 도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빛 바랜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한없이 아름답던 사랑합니다 우리 엄마
1986년 12월 4일 큰 아들을 업고 친정으로 향했다 무슨 업보인지 가난은 한꺼번에 우리 식굴 뒤덮어 오랜만에 보는 오빠는 왜 왔냐 구박하기 바빠 싸늘한 눈빛 허나 오늘은 기필고 돈을 빌려야 해 말하기 창피하지만 구질구질한 사연 또 흘려야 했지 일 잘하던 남편이 사고 난 후 마음 편히 지낸 날이 단 하루도 없었어요 그 이가 몸 져 누운 지 몇 달째 십원짜리 동전도 쓰지 못한 채 안 쓰고 아끼고 아껴도 인생은 도대체가 숨 쉬는 것조차 돈 드는 일이네요 보증금 다 깎이고 두 칸에서 한 칸 옥탑에서 지하방 오빠 나 딱히 이곳 아니면 올 데가 시끄럽다 나가라 큰 소리에 놀란 나는 말문이 꽉 막히고 잘 자던 성훈이가 깨 서럽게 울었지 수치심과 분노로 난 입술을 깨물었지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왔지만 내일은 어떻하나 끝없는 내리막 창 밖엔 진눈깨비 모질게 내린다 나 없던 시절 일기장 철없던 시절 난 도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빛 바랜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한없이 아름답던 둘째를 낳고 두 놈과 알콩달콩 때론 고달파 마음이 앓고 닳고 아이코 가벼웠던 내 새끼가 어느새 킹콩 엄마라는 책임감을 아로새기고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네 늘 미안해 아무것도 못해준 게 아들아 그래도 난 너 때문에 산다 막내야 까꿍 되려 내가 웃어 본단다 2010년 5월 7일 친한 친구와 등산을 다녀왔다 지나치고만 살았던 내 개인적인 시간 가파른 언덕이 험난하고 높긴 했지만 결국 정상에 섰다 문득 무척이나 듣고 싶은 아들목소리 바쁠까 봐 전화는 못 하는데 아들한테 전화가 막 걸려 오는거라 이상하게 찡해져서 눈물이 나데 이놈 다섯 살 때 우유 배달일 나가려고 하면 어디 멀리 가는 줄 알고 울며 매달리던 울보였는데 어버이날 선물로 rap을 한단다 내려오지 못해서 죄송하단다 달짝지근한 그 말 아직 귀에 맴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나 없던 시절 일기장 철없던 시절 난 도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빛 바랜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한없이 아름답던 사랑합니다 우리 엄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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