난 언제나 술래였지 가위바위보를 못해서 달리기가 꼴찌라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난 언제나 술래였지 눈 감고 백까지 세면 똑같은 풍경화 속에 나 혼자 남아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가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버렸지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종이 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신고 웃었지 책갈피에 그림 한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다시 술래가 되어 난 아무도 못 찾았는데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소복 50년이 지나 버렸어 어딘가 살아 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게 밤 깊어가는데 혹시나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 있다면 이제는 나타나줘 집에 가야지 밤 깊어가는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