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시여시여
시여 네가 오래 사는 길이다
네 어깨가 갈수록 넓어지고
그 속에서 내가
묻히는 길이다 길이다
예술가로 산다는 건
매순간 자신의 존재를
증명해야 하는 것
최영철 시인이 쓴
그의 아이와도 같은
자음과 모음들
그리고 시인이 한 모진 말들
시여시여
그렇게 말해 놓고
마음이 아프구나
그러나 너는 수시로
마음이 아파야 할 몸
언제까지 네게
사탕발린 치사나 하고
비단옷에 잘 익은
쌀밥만 먹일 수 없다
너도 네 이웃이 입는
누더기를 걸치고
저자로 나가 뒤섞여
보아야 하리
서툰 각설이 타령으로
문전 박대 끝에
겨우 찬밥 한 그릇 얻어
남의 집 처마 밑에서
눈물로 삼켜 보아야 하리
시여 너를 이 따뜻한
방에 두지 않고
빈 깡통 하나 채워
내쫓아 놓고
상소리로 욕하고 돌아오지
마라고 윽박질러 놓고
나는 혼자 운다 나는 혼자 운다
그러나 시여 그 길이 바로
시여 네가 오래 사는 길이다
네 어깨가 갈수록 넓어지고
그 속에서 내가
묻히는 길이다 길이다
너의 어여쁜 속살과
향기를 생각하면
마음이 아프구나
너도 철이 들기 위해선
밖에 나가야 하리라 시여
세상 물정을 알기 위해선
저 냄새나는 세상의
시궁창을 건너와야 하리
너를 짓밟고 찬바람
속에 내몰아
그 온유하던 얼굴
갈수록 거칠고 볼품없어
바라보는 나는
갈기갈기 찢어지지만
시여 네가 오래 사는 길이다
네 어깨가 갈수록 넓어지고
그 속에서 내가
묻히는 길이다 길이다
그렇게 말해 놓고
마음이 아프구나
그러나 너는 수시로
마음이 아파야 할 몸
시여 너를 이 따뜻한 방에
두지 않고
빈 깡통 하나 채워
내쫓아 놓고
상소리로 욕하고
돌아오지마라고
윽박질러 놓고
나는 혼자 운다
나는 혼자 운다
나는 혼자 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