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발 목
나는 며칠 전에 집 앞에서
자전거를 꺼내다 계단에
발을 잘못 디뎌 넘어져 버렸어
처음엔 너무 아파서 그대로
주저앉아 있었어
그런데 시간이 지나도
왼발 발목의 통증은
사라지지 않았어
불현듯 아 어떡하나
나는 돈도 없는데 나를
보살펴줄 여자도 없는데
어떡하나
한동안 잘나가던 고깃집
아르바이트도
이젠 못나가겠네
이대로 가만히 주저앉아
있을 순 없어서
집에서 가장
가까운 약국을 찾아
아픈 왼쪽발목을
절룩거리며 걸어갔어
아니 근데 우리집 근처 약국
아가씨는 미인이여서 인지
내 발목상태가 어떤지
여쭤 봤을 때에
조금은 도도한 표정으로
글쎄요 제가 뭘 어떻게
해드릴 수는 없을 것
같네요 라고 했어
어떡하나
나는 돈도 없는데 나를
보살펴줄 여자도 없는데
어떡하나
한동안 잘나가던 고깃집
아르바이트도
이젠 못나가겠네
그리고 며칠 후 발목골절
수술을 하고
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
집 근처에서 다시 마주친
약국아가씨는 나를 보더니
약국 속 커튼 너머로
사라져 버렸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