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는 며칠 전에 집 앞에서 자전거를 꺼내다 계단에 발을 잘못 디뎌 넘어져 버렸어 처음엔 너무 아파서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왼발 발목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어 불현듯 아 어떡하나 나는 돈도 없는데 나를 보살펴줄 여자도 없는데 어떡하나 한동안 잘나가던 고깃집 아르바이트도 이젠 못나가겠네 이대로 가만히 주저앉아 있을 순 없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을 찾아 아픈 왼쪽발목을 절룩거리며 걸어갔어 아니 근데 우리집 근처 약국 아가씨는 미인이여서 인지 내 발목상태가 어떤지 여쭤 봤을 때에 조금은 도도한 표정으로 글쎄요 제가 뭘 어떻게 해드릴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라고 했어 어떡하나 나는 돈도 없는데 나를 보살펴줄 여자도 없는데 어떡하나 한동안 잘나가던 고깃집 아르바이트도 이젠 못나가겠네 그리고 며칠 후 발목골절 수술을 하고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집 근처에서 다시 마주친 약국아가씨는 나를 보더니 약국 속 커튼 너머로 사라져 버렸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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